<한다연 논평>
― 신을 놓아두는 예법 ―

근래에 들어 항간에는 방문한 손님의 신(신발)을 집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하게 돌려놓는 습속이 있다. 지난 3․4월에는 텔레비전의 KTF광고에서 손님을 맞이한 후 즉시 손님의 신을 대문 쪽으로 돌려놓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집에 방문한 손님의 신을 즉시 돌려 놓아두어 문밖을 향하게 하는 것이 바른 禮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평좌식의 음식점에서는, 많은 손님이 짧은 식사시간 내에 교체되어야 하므로 종업원이 신을 재빨리 돌려놓는다. 손님의 신을 벗은 그대로 안으로 향해 놓으면 나갈 때 현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따라서 새로운 손님이 왔을 때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 신을 벗는 문화는 동양에서도 평좌식의 생활을 하는 국가의 오랜 습속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평상 위에 평좌했거나 꿇어앉은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의 풍속은 손님이 내방하면 신을 바깥으로 향해 돌려놓는다. 이는 무사(武士)문화가 낳은 풍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 국민은 남을 믿지 않고 경계하는 오랜 문화(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풍속이다)때문에 손님을 맞았을 때에 신을 돌려놓는 것이 禮이다. 즉, “무례하거나 신변의 위험이 느껴지면 편하게 빨리 (도망)가십시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일본의 전통다회에서는 손님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곳에서 조우리(준비된 짚신이나 샌들)를 바꿔 신고, 중문을 나가 니지리구찌(다실 입구) 안에 들어간 후 손님은 뒤돌아서 조우리를 들고 겹쳐 벽에 세워둔다.

한국인의 오랜 풍속은 도판 석 점에서 보듯이, 신은 벗은 모습 그대로 집안을 향하게 놓아두는 것이 바른 禮이다. 손님의 신을 돌려놓지 않는 이유는, “부디 내 집인 양 생각하시고 오래오래 머무십시오.”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뒷걸음으로 신을 신으며 서로 마주보고 인사나 아쉬움의 정을 나누는 말을 하게 된다.

신의 앞부분은 사람의 앞과 같이 ‘코’라고 하고, 발의 ‘뒤’꿈치가 닿는 곳은 신의 뒤이다. 신의 앞쪽이 얼굴이며 방향을 나타내므로 신은 자신의 주인을 향해 보고 기다리고 있어야 정서에 맞다. 우리 풍속에서 신은 항상 방 쪽을 향하고 있기에 무척 반가운 사람이 오면, “신을 거꾸로 신고 뛰어나가 맞는다.”고 했고,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은, “살던 곳을 내팽개치고 도망간다.”는 말로도 쓰였다. 그런데 돌아가신 분의 신을 놓을 경우에는 안으로 향하게 놓지 않고 바깥을 향해 거꾸로 놓는다고 한다.(최치원의 초상화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나 생각된다.) 이는 영혼께서 언제라도 신을 빨리 신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시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그러나 편찮으시거나 나이가 많은 어른이 신을 신고자 마루에 서면 신을 신기 좋도록 아랫사람이 돌려놓아 주고 신을 신겨 주기도 하는 것이 禮에 맞다.

도판1 강희언(姜熙彦, 1710~1782)의 선비시음도(詩吟圖). 도판2 趙圻烘 權淸子 著 <예법> 대양출판사, 1954.
도판1 강희언(姜熙彦, 1710~1782)의 선비시음도(詩吟圖).

도판2 趙圻烘 權淸子 著 <예법> 대양출판사, 1954.

도판3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독서 여가. 간송미술관 소장
도판3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독서 여가. 간송미술관 소장

茶會에서도 손님을 맞이하여 안으로 모시거나 남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신을 바깥으로 돌려놓으면 예에 어긋난다. 이는 “어서 가십시오.”라는 의미거나 禮를 모르는 행동이 된다. 방문한 사람이 많지 않아 신을 현관에 일렬로 놓을 수 있는 정도의 인원이라면 신은 집안을 향하게 두어야 한다. 더구나 손으로 신을 만지는 것은 불결하므로 주인과 손님 모두 주의해야 한다. 여성은 발가락이 보이지 않도록 반버선을 준비해 신는 것이 예를 갖추는 일이다.

오늘날 평좌의 집회 장소에서 방문한 인원이 많아 부득이 여러 줄로 신을 벗어두어야 한다면, 손님은 신을 벗을 때 몸을 비껴서 안쪽으로 90° 돌려 옆으로 벗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신장에 신을 넣을 때나 손으로 신을 정돈해야 할 때는 왼손을 쓰고, 적어도 오른손은 청결함에 유의해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마을로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바쁜 음식점에서 현관담당 종업원이 손님의 신을 가지런히 돌려두는 것은 그 나름의 예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가정에 방문한 손님의 신은 안으로 향하게 벗은 그대로 가지런히 두어야 보기에도 좋고 정감이 있어 보인다. 단지 손님이 나갈 뜻을 표시했을 때나 현관에 섰을 때에 신을 돌려놓아 신기 편하게 하는 것은 非禮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손님이 연세가 드셨거나 존귀한 분일 때는 신을 신고자 할 때 아랫사람이나 주인이 재빨리 신을 돌려놓아 신기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공경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갈한 현관이나 댓돌에 가지런히 놓인 꽃신이나 구두가 손님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기다리는 듯한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정경이다. (글쓴이 : 鄭英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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